어느날 세상은 갑자기 소설 속 세계로 바뀌었다. 너와 나는 떨어져 있었지만 네 소식은 금방 내 귀로 들려왔다.
'구원의 마왕'
그렇게 불린 건 세계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둘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너"
김독자와 대면했을 때 김독자는 날 보고 굉장히 놀랐다. 그렇겠지. 김독자는 이 세계가 시작하자 마자 내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을테니까.
"저 사람이랑 아는 사이에요?"
김독자 뒤에 서있던 흑발의 포니테일의 검을 든 여자가 날 보며 김독자에게 물었다.
"네 조금.."
조금?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래 너한테 나는 그저 조금 아는 사이였구나.
"너가 살아있을 줄은 몰랐어."
"왜? 그 말 때문에?"
"...."
고등학교 1학년 나는 김독자와 어떻게 해서든 한번이라도 더 대화를 해보려 멸살법을 보기 시작했다. 멸살법은 정말 취향이 아니였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읽었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이런말을 했었다.
"나라면 절대 저런 세계에서 못살아 남아. 차라리 첫번째 시나리오일 때 죽는게 맘편할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김독자의 표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살포시 웃더니 그러니까 유중혁이 멋있는거라던 김독자. 근데 그거 알아? 난 유중혁보다 네가 더 멋있었어.
"독자씨랑 아는 사이면 협상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그건.."
검은머리 여자의 말에 김독자는 망설이듯 날 쳐다보았다. 과거의 나를 기억해내고 있는거겠지. 자신을 좋아했던 여자. 아마 협상도 가능하지않을까 하고..
"난 협상같은거 하지 않을거야. 협상할바엔 차라리 날 죽여."
내 말에 김독자는 이런말을 할줄 몰랐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김독자의 얼굴은 고등학교 때보다 좀더 어른스러워졌지만 모든걸 꿰뚫어볼 것만 같은 그 눈동자만은 그대로였다.
"하지만 넌 그러지 않을거지?"
내 말에 김독자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 차분한 표정을 지었다.
멸살법을 끝까지 읽은건 너뿐만이 아니야 김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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