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너는 늘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녔었지. 그리고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어.

 

"암튼 뭣도 아닌게 나대기는."

 

김독자를 때리고 온 아이들이 누군지 알아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만..그만해...]

 

[...연......신...차...려...]

 

"김독자 쟤 불쌍하지 않냐?"

 

"하기야 자기 엄마가..."

 

[그만..그만..]

 

듣고 싶지 않은 나는 두귀를 손으로 막으며 외면하려 했지만 그럴 수록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좋아해..."

 

나는 김독자에게 고백을 했다.

그리고 차였다.

차일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면서 김독자가 그렇게 힘들 때 나는 아무것도 해준게 없었으니까. 김독자는 강했다.

나따위의 도움없이도 혼자서도 잘 살아남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한다면서 내가 괴롭힘 당하고 있을 동안 넌 뭘 했어?"

 

"..."

 

아니야. 그게 아니야. 나는 널 도와주고 싶었어. 하지만..

 

"하지만 뭐?"

 

".....미안"

 

"겁쟁이."

 

그말을 나는 부정할 수 없었다. 사실이였으니까.

두 귀를 막았던 두 손은 어느새 얼굴을 감싸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렸다.

 

[미안해...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죽을만큼 힘들었을 너를 도와주지 못해서..단한번이라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해서..

네 편을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

 

그날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시에 사과를 하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미안한데.]

 

 

순간 등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김독자가 서있었다.

하얀 코트를 입고 있는 20대의 김독자가..

 

"...미안...미안..."

 

그런 김독자를 보자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멈추고 싶다고 멈출 수 있는게 아니였다.

그냥 너무 미안해서.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여러가지 감정들이 한꺼번에 소용돌이 치며 폭발해버린 것 같았다.

김독자는 아무말 없이 정신없이 우는 나를 안아주었다. 김독자의 품이 이렇게나 컸나. 이렇게나 따뜻했나..

생각해보니 김독자에게 안긴건 처음이였다.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너는 아무 잘못 없어.]

 

[흑....그치만...]

 

[내가 너였어도 그랬을걸. 그러니까 그렇게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김독자 너는 어떻게 이렇게나 강할 수 있는거야? 어떻게 그런걸 다 견딜 수 있는거야?

너가 읽었었던 그 소설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 소설에 나오는 유중혁이 있었기 때문이야?

 

나는 유중혁이 될 수없다. 그래도 김독자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였으면 했다.

 

[저건 진짜 네 기억이 아니야. 도깨비들이 너를 혼란시키려고 만든 기억일 뿐이야.]

 

[....그치만..]

 

김독자도 알고있을 것이다. 초반의 내용은 진실이였다는걸. 뒷부분은 아마도 내 내면속에 있던 죄책감 같은거겠지..

 

[다 지나간 일이야. 앞만 보고 살아가기도 정신없는데 지나간 일을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어.]

 

김독자의 한마디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았고 내게 위로가 되었다.

이곳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이번엔 꼭 김독자에게 말해주고싶은 말이 생겼다.

 

고마워

살아있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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