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현이 이 세상에서 죽을 때까지 좋아할 사람은 형밖에 없을 거라... 그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그의 세상에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민시현'이였다.
"오늘은 제가 형하고 같이 있으니 민시현 씨는 쉬셔도 됩니다."
"저는 유진이랑 같이 있는 게 쉬는 건데요."
"..."
처음에 유현은 시현이 자신의 형인 유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시현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다.
시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유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유현 씨랑 같이 놀아보고 싶기도 하고요."
"네?"
시현에게 한유현은 그저 해연 길드장이었다. 그러나 유진과 엮이게 되면서 유현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진은 시현이 유현이에게 관심 갖는 게 좋았다. 이왕이면 둘이 사귀었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다. 정작 둘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어느새 예림이도 끼게 되었다. 유진이 예림이와 놀고 있는 사이 유현은 시현과 같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그를 바라보았다.
"시현 씨는 형을 좋아하나요."
"네? 음, 뭐. 좋죠. 아 물론 이성애적으로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요."
첫말을 듣고 표정이 썩었던 유현은 시현의 뒷말을 듣고는 바로 표정이 풀렸다.
"지금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시현은 비스듬히 서서 허리를 숙이곤 유현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에 유현이 뜨끔했다.
"유현 씨는 유진이에 대한 거면 반응이 다 드러나거든요. 뭐 이해해요."
'뭘 이해한다는 거지.'
유현은 순간 성현제가 떠올랐다. 시현은 성현제와 엮이는 일이 있으면 어떤 사소한 반응도 다 눈에 띄었다.
"저는 유현 씨를 동생 같다고 생각해요."
"전 형의 동생입니다."
"풋, 알아요. 그냥 가족같이 느껴진다는 거죠. 물론 친형제는 될 수 없겠지만 친한 친구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저랑 친해지고 싶다는 겁니까."
"왜요? 유현 씨는 저랑 친해지는 게 싫으세요?"
시현의 동그란 눈에 유현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붉은 머리와는 반대되는 검은 눈동자는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검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보이자 유현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유현 씨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시현은 바로 고개를 푹 숙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에 유현은 자신도 모르게
"... 아니에요."
하고 말해버렸다.
유현의 대답에 시현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그럼 이제 말 놔도 되죠!? 그동안 예림이는 유현 씨한테 말 놓는데 저만 말 놓는 게 불만이었거든요."
"그.."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유현아."
시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붉은 머리와 같은 밝고 눈부신 미소였다.
유현은 자신의 이름이 그녀에게 불리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