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 많았네. 파트너"
"뭘요."
S급에 상응하는 힘을 가진 A급 힐러인 민시현. 거기다 그녀는 헌터협회에도 등록되어있지 않다. 이래저래 쓰고 버리기 좋다고 생각했다.
"하하 그것도 못먹어요?"
불닭볶음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성현제를 보며 시현은 배꼽을 잡으며 웃어댔다. 소파에 드러누워 웃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성현제는 불닭볶음면을 한입 먹었다. 그리고는 바로 물을 찾았다. 그 모습에 시현은 눈물 콧물이 쏙 빠지도록 웃어젖혔다.
"봐요. 삼각김밥은 이렇게 뜯는거에..뭐야 혼자서도 잘 뜯네."
"뜯는 방법이 나와있으니까 당연한게 아닌가."
"시시하네요."
시현은 성현제를 파트너 그 이상으로 대했다. 마치 오랜 친한 친구같이.
"휴가를 줬는데 왜 이곳에 있는건지 물어봐도 될까?"
"딱히 가있을 곳도 없는걸요."
"또래 친구 한명정도는 있을게 아닌가."
"없어요."
던전이 터지기전 그러니까 민시현이 아직 고등학생일 때까지는 시현에게도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던전이 터지고 사람들이 각성하기 시작하고 시현 또한 각성했을 때 시현은 누구보다도 상황 파악이 빨랐다.
'나만 없으면..'
아직 각성자들이 많이 없었지만 그래도 랭크가 높은 각성자들의 소식은 빠르게 퍼졌고 시현또한 그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데 뒷사람들의 말이 들려왔다. "저번에 B급 각성자 가족들이 몰살당했다며?" "맞아 B급 헌터는 귀하니까."
B급 헌터정도만 돼도 그의 주변 사람들은 쉽게 협박을 당하거나 살해를 당했다. 그렇게 시현은 자취를 감췄다. 헌터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같이 놀러가자고 하고 싶지만 나도 요새 일이 바빠서 말이네."
"성현제 씨가 바쁜 게 뭐 하루 이틀인가요."
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파에 누워 만화책을 읽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시현이 가져온 만화책들은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졌다.
`
`
"이게 뭐에요?"
"바쁜 시간을 쪼개서 시간을 내준 거네만."
성현제의 말에 시현은 어이가 없다는듯 자신의 앞에 보이는 던전 입구를 바라보았다. 랭크는 A랭크. 시현과 성현제 두 명이면 이틀이면 클리어가 가능한 곳이었다.
"이게 휴가에요?"
시현의 말에 성현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 뭐 던전도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네요."
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풀고는 먼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시현은 사실 성현제와 같이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단둘이 오랫동안 같이 있을 수 있는 곳은 던전 안에서 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성현제가 그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
`
성현제도 민시현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다. 당연했다. 그 시간 그곳에 그런 괴물이 나타나는 일은 신이 아닌 이상 예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저게 무슨..."
A급 던전에 SS급 몬스터가 나타났다. 그것도 갑자기 땅에서 솟아났다.
"성현제씨 저건 아무래도..."
민시현은 불길한 느낌이 들어 성현제에게 빨리 도망치자고 하려 했다. 그러나 성현제의 얼굴은 본 민시현은 차마 도망치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엄청난 급의 몬스터를 보고서도 순수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 하."
성현제의 몇 안 되는 웃는 표정. 민시현은 그 웃음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까짓 거 한번 해보죠."
`
`
희망적이였던 처음과는 달리 상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윽."
"성현제씨!!!"
천하의 성현제도 SS급의 공격을 당해낼 수 없었다. 거기다 몬스터의 속성과도 상성이 좋지 않았다. 시현이 해줄 수 있는 거라곤 성현제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시현이 상처를 치료해준다고 해서 성현제의 기력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치료를 해주는 동안 몬스터가 가만히 기다려 주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 가만히 계세요."
시현은 성현제를 나무에 기대어 앉힌 다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몬스터에게로 향했다.
"설마 저 괴물을 잡으러 가는건 아니겠지. 아무리 시현 군이라고 해도..."
성현제는 시현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자신의 편으로 들이기 전부터 그녀의 뒷조사는 다 마친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도 짧지 않았다.
"왜요? 제가 죽기라도 할까봐요?"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성현제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높은 등급인 저 괴물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자신의 목숨도 버려야 했다. 그만큼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자신의 뒤에 있는 성현제를 살릴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나보단 아무래도..'
자신보단 성현제가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힐러능력밖에 없는 자신이지만 성현제는 아니었다.
'당신은 살아야돼.'
설령 내가 죽는다해도.
`
`
몬스터를 죽이려고 스킬을 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죽는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
`
성현제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가지 마"였다. 그러나 그녀는 웃는 얼굴로 걱정하지 말라며 그 괴물을 향해 당당히 걸어갔다.
뭐가 그렇게 당당한거지. 민시현 너에겐 힐러 능력밖에 없으면서. 나에게 말하지 않은 숨겨왔던 다른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조사를 해봤지만 딱히 중요할만한 스킬은 없어 보였다.
성현제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안돼"
그녀를 막고 싶었지만 심한 부상을 입은 채여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렇게나 무력해지다니..
성현제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아두고 싶었다.
성현제는 그녀가 죽을거란걸 알고 있었다. 자신보다 약한 그녀가 괴물을 죽일 힘 같은 건 없어 보였으니까. 그럼에도 성현제는 그녀를 더 말릴 수 없었다.
성현제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한쪽이 아려오는 듯한 느낌. 그게 무슨 느낌인지 성현제 자신도 알지 못했다.
'아쉬운... 건가.'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했던 자신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녀. 그녀와의 추억은 꽤나 많았다. 그녀는 흥미로웠고 그녀는 재밌었다. 그녀는 강해 보였지만 왜인지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위태로운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그런 그녀가 지금 자신을 위해 죽으려 하고 있다.
자신이 뭐라고.
아니 멀리 본다면 민시현보다 자신이 사는게 여러모로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
성현제는 민시현을 잃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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