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인 2019. 12. 5. 14:35

 

김독자를 통해 처음 멸살법을 읽었을 때 처음 감상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뭐야."

 

주인공인 유중혁은 쉽게 죽었다. 그리고 다시 살아났다. 그런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이게 뭐가 재밌다는 거야."

20회차쯤 읽었을까. 슬슬 그만 읽고 싶어 졌다.

 

"저 새끼는 맨날 혼자 뭐 하는 거래."

 

"보니까 뭐 읽고 있는 것 같던데."

 

반 아이들이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김독자를 보며 수군거렸다. 김독자는 멸살법을 계속해서 읽고 있었다. 멸살법은 꽤나 오래된 작품이였다. 그런 멸살법을 김독자는 어떻게 알고 있으며 언제부터 읽었던 것일까..

 

'그러고 보니 나 아직 최신화까지도 못 읽었는데.'

 

열심히 읽는 김독자를 보니 괜한 오기가 생겼다. 김독자를 이길 수는 없을지언정 김독자를 따라잡고는 싶었다. 그렇게 나는 재미도 없는 소설을 오기로 계속 읽었다. 그렇게 얼마나 읽었을까. 약 2주 동안 밤새서 읽은결과 최신화까지 따라잡을 수 있었다.

 

"하.."

 

최신화까지 따라잡자 어쩐지 기분이 허탈했다. 이런다고 김독자랑 친해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 당시 나는 김독자를 짝사랑하고 있었다.

 

"너 그거.."

 

"?"

 

쉬는 시간 괜히 심심해서 어제 읽었던 멸살법을 다시 읽고 있는데 누군가가 아는 척을 해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김독자가 놀란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 핸드폰을... 아! 그제야 몰래 멸살법을 읽고 있단 사실을 들켰다는 걸 깨달았다. 급히 핸드폰을 책상 밑으로 숨겨보았지만 김독자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 오.. 왜?"

 

"너도 그거 봐?"

 

".. 응"

 

네가 보기 시작해서 본거지만..

 

"너였구나.."

 

그 뒤 나랑 김독자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멸살법 덕분이였다. 김독자는 나랑 있을 때면 멸살법 얘기밖에 안 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김독자랑 이렇게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래서 40화쯤에 나오는 그 장면.."

 

그 많은 내용을 한화한화 기억하는 김독자가 너무 신기했다. 그 때 나는 멸살법을 억지로라도 다 읽기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넌 어쩌다가 멸살법을 읽게 된거야?"

"어? 어 그게..."

 

"그리고 보통은 초반에 읽다가 재미없다고 안보는데."

물론 나도 그럴 뻔했지.. 내가 멸살법을 읽기 시작하고 지금까지 읽었던 건 모두...

 

"그냥. 뭐좀 읽을까 하다가 제목이 특이해서 한번 읽어봤는데 취향에 맞더라고."

 

사실대로 말할 수 없다.

아직은..

 

 

 

`

 

`

 

`

 

 

 

"그 때 내가 멸살법을 끝까지 읽었던 이유가 뭔지 알아?"

 

그때를 회상하듯 주연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소설만이 유일하게 너와 나를 이어주는 것이였기 때문이야."

 

독자에게 고백하고 더이상 주연은 독자와 전 과 같이 지낼 수 없었다.

 

"그래서 놓고 싶지 않았어. 그 소설을 읽지 않게 되는 순간 실낱같은 우리의 사이가 그대로 영영 끊어질까봐.."

 

그건 아마도 미련이였을 것이다.

김독자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남은 미련.

 

"덕분에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