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연]
첫만남은 고등학생때였다.
"..."
우연히 지나가다 구석에서 맞고 있는 김독자를 발견했다. 그래서 도와줬냐고? 그럴리가. 난 아무런 힘도 없는 평범한 학생이였다. 김독자를 다 때렸는지 패거리들이 떠나고 나는 구석에 숨어있다 김독자가 있는 곳으로 갔다. 김독자는 갓태어난 사슴새끼마냥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나는 쓰러져 있던 김독자에게 다가가 내 어깨에 팔을 올리게 했다.
김독자는 아무말 없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나는 앞만 보고 걸었다. 뭐 도와주는 사람 처음보냐.
양호실에 도착하니 양호선생님이 무슨일이냐며 물었다. 양호선생님에게 사실을 말한다고 해서 양호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을까? 없을 것 같았다. 담임선생님에게 말하고 그 아이들에게 주의만 주고 끝나겠지. 그럼 일러바쳤다면서 그 애들이 더 괴롭혀올지도 몰랐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양호선생님과 함께 김독자의 대답을 기다렸다.
"계단에서 굴렀어요."
그럴듯한 변명도 아니였기에 나는 바로 양호선생님이 되물어올줄 알았다. 그러나 양호선생님은 그러냐면서 김독자를 치료해주었다.
치료가 다 끝나고 김독자는 교실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도 따라가려는데
"저기 잠깐 얘기좀 할 수 있을까?"
"네?"
"방금 저 아이...그러니까 독자랑 친구니?"
친구? 내가 김독자랑 같은반이긴 하지만 김독자랑 얘기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아니요."
친구라고 불릴 사이는 아니였다.
"그렇구나.."
"그럼 독자랑은 무슨사이니?"
"같은반이에요."
무슨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시는거지. 나도 빨리 수업에 들어가봐야되는데..
"이런부탁하긴 좀 미안하지만...독자랑 친하게 지내줄 수 있니?"
담임선생님도 아닌 양호선생님이 내게 이런말을 한 이유는 이랬다. 김독자는 오늘처럼 애들에게 두들겨맡고 계단에서 굴렀다며 치료를 받으러 양호실에 자주 왔었다고한다. 양호선생님이 눈치채지 못할리가없었고 양호선생님은 담임선생님에게 따로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은 그 아이들에게 친구를 괴롭히지 말라는 주의만 줬다고 한다. 당연히 그 뒤에 그 아이들은 김독자를 더 괴롭혔다.
-
김독자랑 친하게 지내달라고?
김독자는 우리반에서도 겉도는 아이중 하나였다. 괴롭힘 당하는 아이와 친해지고 싶은 아이는 없으니까.
"......네"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천성적인 성격탓이였다. 나도 이런 내 성격이 너무 짜증난다. 친하게 지내지도 못할 거면서. 김독자는 앞으로도 양호실에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양호선생님의 얼굴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당연하지만 교실은 이미 수업중이였다. 나는 교실앞에서 들어가는 것을 망설였다. 갑자기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대문이였다. 김독자는 수업을 듣고 있겠지. 어떡할까 고민하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들어가고 뭐해?"
"?!"
깜짝놀라 뒤돌아보니 계단에 김독자가 앉아서 이쪽을 쳐다보고있었다. 뭐야 교실안에 있는줄 알았는데...
"나도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뭐 이해가 간다. 자신의 편이 없는 교실에 들어가고싶지도 않겠지.
"너도 들어가기 싫은거 아니야?"
"...."
"나 배고픈데."
뜬금없는 김독자의 말에 쳐다보니 김독자가 밖에 나가자는 손짓을 해보였다.
우리학교 앞엔 우리학교 학생들이 많이 가는 분식집 하나가 있는데 특히 떡볶이가 맛있는 곳이였다.
"자 여기."
주인아줌마는 우리에게 아무런 잔소리도 하지 않고 떡볶이를 주었다. 김독자는 떡볶이를 받아들자마자 먹기 시작했다. 방금은 점심시간이였다. 그런데 배가 고프다니. 애들이 괴롭혀서 점심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건가.
"뭘 그렇게 쳐다봐. 넌 안먹어?"
"어? 어..."
"여기 떡볶이 맛있어."
"알아."
나도 친구들하고 몇번 먹어본적은 있다. 그러고보면 김독자는 누군가랑 같이 다니는건 못본 것 같다. 아 아까 양호선생님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쌤 저는 못해요. 얘랑 친구라뇨. 저는 그렇게 정의감 넘치는 애가 아니에요. 평범한 겁쟁이라고요.
"그런데 왜 안먹어?"
"...배불러서"
아직 점심을 먹은게 다 소화가 되지도 않아 떡볶이를 먹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 말에 김독자는 알겠다며 떡볶이를 자신쪽으로 가져갔다.
"그럼 아까 하나만 시키라고 하지."
"너가 다 먹는줄 알았지."
남자애들은 많이 먹는애들이 많길래 김독자도 그런줄 알았다. 뭐 내 친구들도 많이 먹기는 하다만. 나는 아니지만..
"아까 양호선생님이 너한테 뭐라고 했어?"
"어?...그냥...잘가라고"
"날 잘부탁한다느니 그런말을 했겠지."
마치 이런일이 한두번이 아니라는듯 말하는 김독자는 떡볶이를 입에 넣고는 오물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까 조금 귀여운것 같기도....
"그 사람말은 신경쓰지 않아도 돼."
신경쓰지 말라고 하기에 김독자의 상처는 깊어보였다. 상처만 아니면 그래도 꽤 봐줄만한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너 뭐하냐?"
"응? 아..!?"
나도 모르게 김독자의 볼에 손이 가있었다. 미쳤나봐. 놀라 바로 손을 치우긴 했지만 아직도 뺨의 촉감이 느껴졌다. 미쳤어 미쳤어...
"아주머니 잘먹었습니다."
"그래~"
나도 김독자를 따라 나서는데. 아주머니가 내 팔을 잡아 멈춰세웠다. 왜그러시지?
"돈은 내고가야지?"
"네?"
돈? 그건 방금 김독자가 낸거 아니였어?
"아까 남학생 말로는 여학생이 낸다고 하던데?"
"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김독자는 생각보다 약아빠진 아이였다는걸.
"김독자!!"
"날 도와주고 싶으면 가끔 떡볶이나 사주던지."
"!!너 거기서!!"
내가 왜 저녀석을 도와줘야된다고 생각했을까. 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을까.
저녀석은 나없이도 알아서 잘 살놈인데.